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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라쉬> 리뷰( 죄책감이라는 심연, 볼리우드가 만든 가장 감각적인 느와르) 인도 영화를 꽤 봤다고 생각했다. 신나는 군무, 화려한 의상, 감정을 폭발시키는 멜로. 그 공식에 익숙해진 무렵, 지인이 툭 하나를 던져줬다. "이거 한번 봐봐. 완전히 다른 느낌이야." 제목은 탈라쉬(Talaash). 힌디어로 '수색', '추적'이라는 뜻이다.솔직히 처음엔 큰 기대 없이 틀었다. 아미르 칸 주연이라는 것 외에 사전 정보를 거의 찾지 않았다. 그런데 오프닝 장면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달랐다. 뭄바이의 밤거리, 빗소리, 축축하고 어두운 색감. 볼리우드 스릴러가 이렇게 느와르 분위기를 낼 수도 있구나 싶었다.약 두 시간 반을 함께 숨을 죽이다가, 마지막 반전 앞에서 진짜로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탈라쉬는 볼리우드 미스터리 스릴러의 정.. 2026. 5. 8.
<람릴라> 리뷰(불꽃 같은 비극의 서사, 반살리 미학의 절정)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람릴라를 클릭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당시 인도 영화에 한창 빠져들던 시절,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섬네일 하나가 눈을 붙잡았다. 선홍빛 레헨가를 입은 여인이 황금빛 불꽃 속에 서 있는 이미지였다. "볼리우드 로맨스쯤이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틀었다가, 결국 거의 세 시간을 꼼짝 않고 보게 되었다.사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너무 많이 봤다. 원작 셰익스피어 희곡은 물론, 할리우드 각색, 현대 뮤지컬까지. 그래서 인도 버전이라는 소개를 들었을 때 "또?"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이 이 고전을 구자라트 배경의 두 적대 가문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방식은, 내가 알던 어떤 각색과도 달랐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피를 부르고.. 2026. 5. 8.
<아티클15> 리뷰(차별이 만들어낸 침묵, 발리우드가 용기를 냈을 때) 어느 날 넷플릭스 추천 목록에서 낯선 포스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색감, 진흙 투성이 풍경, 그리고 단호한 표정의 경찰관. 제목은 아티클15(Article 15). 인도 헌법 제15조를 제목으로 내건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는 건 예고편만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카스트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소개 문구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평소같으면 신나게 웃고 떠들고 춤추는 군무 영화를 보고 싶었을텐데 그날은 웬지 그 낯선 포스터가 마음을 끌어당겼다. 한 번 보기 시작한 영화는 멈출 수가 없었다. 발리우드 사회파 영화라는 말이 이 영화에 딱 맞는다. 발리우드가 좀처럼 건드리지 않았던 카스트 차별의 민낯을, 이 영화는 묵직하고 냉정하게 화면에 올려놓았다.🎬 영화 기본.. 2026. 5. 7.
<걸리보이> 리뷰(뭄바이 골목의 절규, 발리우드가 힙합을 만났을 때) 인도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춤과 3시간짜리 러닝타임부터 떠올리곤 한다. 걸리보이>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런 편견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아마존 프라임에서 우연히 예고편을 봤다가 멈출 수가 없었다. 랩 가사가 흘러나오고, 군중이 환호하고, 카메라가 뭄바이 골목을 훑는 그 짧은 장면 하나에 이미 가슴이 두근거렸다.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사치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소개 문구가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직장에서 치이고 일상에 지쳐 있던 그 무렵, 이 영화가 유독 크게 다가왔다. 인도 힙합 영화라는 낯선 조합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했고, 보고 나서는 한동안 OST를 반복 재생하며 출퇴근길을 걸었다. 인도 영화 추천을 찾는다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영화 기본 정보제목걸리보이 (Gully B.. 2026. 5. 7.
<카쉬미르의 소녀>리뷰(엄마를 불러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 아이, 국경도 종교도 막지 못한 한 사람의 선함) 🎞️ 영화 기본 정보원제Bajrangi Bhaijaan (바지란지 바이잔)한국 개봉명카쉬미르의 소녀개봉 연도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국가인도장르드라마 / 어드벤처 / 로맨스 / 코미디러닝타임159분감독카비르 칸주연살만 칸 (파반 역), 하샬리 말호트라 (무니 역), 카리나 카푸르, 나와주딘 시디퀴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별 기대를 안 했다. 인도 영화는 몇 편 봤어도 파키스탄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는 처음이었고, 낯선 문화권의 이야기를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딸아이를 재우고 혼자 늦은 밤 소파에 기대어 이 영화를 켰다가, 결국 끝날 때까지 꼼짝도 못 했다. 다섯 살배기 여자아이가 엄마를 잃고 낯선 나라를 헤매는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 장.. 2026. 5. 6.
청원(Guzaarish) 리뷰(피아노 선 하나로 무너진 세계, 반살리의 빛, 소피아라는 존재) 인도영화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두 가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폭발하는 액션이거나, 군중이 함께 추는 현란한 군무. 그런데 청원(Guzaarish, 2010)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처음 제목을 검색했을 때 나온 키워드가 '안락사', '전신마비', '법정 드라마'였는데, 솔직히 잠깐 손이 멈췄다. 보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들이 있다.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는 영화들.이 영화를 알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나이 지긋하신 선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점심 자리에서 느닷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야, 인도 영화 중에 진짜 좋은 거 하나 있는데 꼭 봐라. 마술사 얘기야." 그게 전부였다. 제목도 안 알려주셨다. 그 대화를 잊고 살다가 몇 해가.. 2026.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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