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산드로가 다시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단순히 프렌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드로의 모회사 SMCP는 2026년 2월 발표한 2025년 실적에서 매출 12억 1,740만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고, 특히 미국과 EMEA 지역에서 유기적 성장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한 산드로는 2026 봄·여름 캠페인에서 지베르니 인근의 근대 건축 공간을 배경으로, 브랜드 DNA인 대비와 균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산드로 브랜드 스토리는 단순히 예쁜 파리지앵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프렌치 감성과 현실적인 착용 가능성 사이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온 브랜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산드로를 ‘조금 비싼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몇 해 전 중요한 미팅 전날, 백화점 매장에서 산드로 재킷을 한 번 걸쳐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디자인은 과하게 튀지 않았는데 어깨선과 허리 라인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평소 입던 옷보다 훨씬 차분하고 세련돼 보였다. 그날 이후 산드로 옷은 나에게 유행을 따라가는 옷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금 더 파리답게 정돈되는 옷’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산드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철학으로 성장했으며, 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지를 차분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
산드로는 1984년 프랑스 파리의 르 상티에 지역에서 시작된다. 산드로 공식 스토리에 따르면 창립자 에블린 셰트리트는 남편 디디에 셰트리트와 함께 산드로를 만들었고, 파리 패션의 중심지 중 하나였던 르 상티에에서 브랜드의 첫 장을 열었다. 르 상티에는 원단과 의류 제작, 도매 패션이 활발했던 지역으로, 산드로가 처음부터 실제 옷을 만들고 유통하는 현장 감각과 가까운 곳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한 배경 정보가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산드로는 멀리서 바라보는 화려한 꾸뛰르가 아니라, 실제 도시 여성들이 매일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을 고민한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에블린 셰트리트는 모로코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과 파리의 세련된 감각을 결합해 산드로의 기본 분위기를 만들었다. 공식 아티스틱 디렉터 소개에서도 그녀의 디자인이 모로코에서의 어린 시절 기억과 파리지앵 우아함을 함께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점은 산드로가 단순히 ‘프랑스 브랜드’로만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산드로의 옷에는 파리 특유의 단정함과 함께, 조금 더 자유롭고 감각적인 색감과 여성성이 섞여 있다. 그래서 딱딱한 오피스룩과 완전히 캐주얼한 데일리룩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는다.
이후 산드로는 여성복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2008년에는 에블린의 아들 일랑 셰트리트가 이끄는 남성복 라인 산드로 옴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일랑은 테일러드 수트, 빈티지에서 재해석한 아이템, 오버사이즈 코트, 스테이트먼트 피스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남성복을 제안해왔다. 지금 산드로는 전 세계 57개국 이상에서 전개되는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되었고, SMCP 그룹의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25년 SMCP 실적에서 산드로가 포함된 그룹 전체 매출이 소폭 성장했다는 점은, 이 브랜드가 단순히 과거의 파리지앵 감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계속 의미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적인 파리지앵 시크
산드로의 디자인 철학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실적인 파리지앵 시크”다. 산드로 옷은 지나치게 장식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다. 블레이저, 원피스, 니트, 셔츠, 팬츠 같은 기본 아이템 안에 작은 디테일과 실루엣의 차이를 넣어, 입었을 때 전체 인상이 세련되게 정리되도록 만든다. 공식 2026 봄·여름 캠페인 소개에서도 산드로는 근대 건축의 문법과 브랜드의 창작물을 대화시키며, 대비와 균형을 DNA로 제시한다. 이 표현은 산드로의 옷을 설명할 때 꽤 정확하다. 여성스럽지만 지나치게 달콤하지 않고, 도시적이지만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으며, 클래식하지만 낡아 보이지 않는 균형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명품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산드로의 차별성은 ‘접근 가능한 프렌치 감성’에 있다. 전통적인 럭셔리 하우스가 고가의 상징성과 장인정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산드로는 그보다 현실적인 가격대와 착용성을 바탕으로 프랑스식 세련됨을 제안한다. 그렇다고 단순한 대중 브랜드와도 다르다. 소재와 핏, 컬렉션의 분위기에서 확실히 더 정제된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드로는 명품과 일반 캐주얼 사이, 즉 컨템포러리 프리미엄 시장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만든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산드로 옷을 가장 잘 이해하게 된 순간은 검정 원피스를 입어봤을 때였다. 옷걸이에 걸려 있을 때는 아주 특별해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입어보니 허리선과 소매 길이가 묘하게 잘 맞았다. 너무 격식 있어 보이지 않으면서도, 약속 장소에 가면 “오늘 옷 예쁘다”는 말을 들을 것 같은 정도의 힘이 있었다. 그날 나는 결국 그 원피스를 사지는 않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좋은 옷은 꼭 화려해서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답게 보였던 느낌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또 하나 산드로의 차별점은 남녀 라인 모두에서 ‘도시적인 현실감’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여성복은 파리지앵 감성과 현대적인 여성성을, 남성복은 테일러링과 캐주얼의 균형을 보여준다. 산드로 옴므가 테일러드 수트와 오버사이즈 코트, 빈티지 감각을 함께 다룬다는 공식 설명도 이 방향과 연결된다. 결국 산드로는 옷을 통해 너무 멀리 있는 판타지를 만들기보다, 오늘의 도시 생활 안에서 충분히 멋있어 보이는 방식을 제안하는 브랜드다.
조금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
산드로의 대표 제품군은 의류가 중심이다. 여성복에서는 원피스, 블레이저, 트위드 재킷, 니트, 블라우스, 스커트, 팬츠가 브랜드의 핵심을 이룬다. 남성복에서는 재킷, 셔츠, 수트, 팬츠, 니트, 코트가 중요한 축이다. 공식 2026 봄·여름 여성 컬렉션 페이지에서도 드레스, 스웨터와 카디건, 코트와 재킷, 블레이저, 톱과 셔츠, 스커트와 쇼츠가 주요 카테고리로 소개된다. 남성복 역시 레디투웨어, 슈즈, 액세서리를 함께 운영하며 전체 스타일을 완성하는 구조다. 가방과 슈즈, 액세서리도 있지만, 산드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역시 실제로 입었을 때 분위기가 달라지는 의류다.
소비자 관점에서 산드로를 선택하는 이유는 꽤 분명하다. 첫째, 프랑스식 감성을 너무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둘째, 과하게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셋째, 오피스와 데일리, 약속 자리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다. 나 역시 산드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조금 더 정돈된 나”라는 이미지가 생각난다. 예전에 급하게 잡힌 저녁 미팅에 산드로 스타일의 블레이저를 입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옷이 나를 과하게 꾸며주기보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조금 차분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날은 옷의 힘을 믿게 된다.
산드로 옷이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이 현실적인 활용도에 있다. 예쁜데 불편한 옷, 멋있지만 한두 번밖에 입지 못하는 옷은 결국 옷장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반면 산드로는 특별한 날에도 어울리고 평범한 날에도 너무 과하지 않게 입을 수 있다. 특히 블레이저나 니트, 원피스처럼 기본적인 제품군에서 브랜드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입는 사람의 개성을 강하게 덮어버리기보다, 그 사람의 분위기를 조금 더 세련되게 정리해주는 쪽에 가깝다.
최근 SMCP 실적 발표에서 그룹이 정가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평균 시즌 할인율을 낮췄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산드로를 포함한 브랜드들이 단순한 할인 판매보다 제품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브랜드의 장기적인 신뢰와도 연결된다. 결국 산드로의 가치는 ‘지금 당장 유행하는 옷’보다 ‘조금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을 제안한다는 데 있다.
마무리하며
산드로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해보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힘은 파리의 감성을 현실적인 옷장 안으로 끌어왔다는 데 있다. 1984년 르 상티에에서 에블린 셰트리트와 디디에 셰트리트가 시작한 작은 패션 하우스는, 이제 전 세계 57개국 이상에서 전개되는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브랜드가 커졌다고 해서 중심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산드로는 여전히 도시적인 세련됨, 절제된 여성성, 그리고 실제로 입을 수 있는 프렌치 감각을 중심에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드로는 “한 벌로 사람의 분위기를 살짝 바꿔주는 브랜드”로 기억된다.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입으면 어딘가 정돈되고 성숙해 보이는 옷.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에도, 그냥 기분을 조금 올리고 싶은 평범한 날에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옷. 그런 지점이 산드로의 매력이다. 특히 산드로 옷은 프랑스 브랜드 특유의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상 속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결국 산드로의 본질적 가치는 과장된 럭셔리보다 ‘균형 잡힌 세련됨’에 있다. 너무 멀리 있는 명품이 아니라, 오늘의 일상 안에서 조금 더 나다운 방식으로 우아해질 수 있는 브랜드. 그래서 산드로는 글로벌 브랜드 스토리 안에서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이름이다.
출처
- Sandro 공식 The Story and DNA of Sandro
- Sandro 공식 Artistic Directors 소개
- Sandro 공식 Spring/Summer 2026 Campaign
- SMCP 공식 2025 FY Results
- FashionNetwork - SMCP 2025 실적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