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미스터 리뷰 | 첫사랑의 순수한 설렘과 유럽 감성 로맨스의 매력
인도 영화라고 하면 한동안 '세 얼간이'나 'RRR' 같은 대작만 눈에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리밍 서비스를 뒤적이다 스페인의 황금빛 거리를 배경으로 한 밝고 경쾌한 썸네일에 손이 멈췄다. 제목은 미스터, 미스터(Mister, 2017). 텔루구 영화였다. 볼리우드도 아닌 텔루구라는 점에서 살짝 낯설었지만, 유럽 배경의 인도 로맨스라는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보기 전에는 솔직히 '전형적인 볼리우드 공식 아닐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잘생긴 남자 주인공, 화려한 군무, 예측 가능한 결말. 그런데 스페인 골목길을 배우들이 누비는 오프닝 장면을 보자마자 그 선입견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사랑의 설렘과 엉뚱한 상황 코미디가 뒤섞이는 첫인상은 확실히 가볍고 경쾌했다.
🎬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 미스터, 미스터 (Mister) |
| 개봉 | 2017년 4월 14일 |
| 감독 | 스리누 바이틀라 (Sreenu Vaitla) |
| 주연 | 바룬 테즈, 라바냐 트리파티, 헤바 파텔 |
| 장르 | 로맨스, 코미디, 액션 |
| 러닝타임 | 약 156분 |
| 언어 | 텔루구어 (Telugu) |
| OTT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공개 |
💘 첫사랑의 순수한 설렘 — 유럽 골목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온도
영화의 전반부는 단연코 이 작품의 가장 빛나는 파트다. 주인공 차이(바룬 테즈 분)는 스페인에 사는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인 청년이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미라(헤바 파텔 분)에게 한눈에 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이 스페인과 프랑스의 아름다운 거리를 함께 누비며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들은, 인도 영화 특유의 과한 드라마보다 훨씬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세상이 온통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차이가 미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특별하다. 억지스러운 영웅 행세 없이, 그냥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고 싶어 하는 평범한 청년의 감정 그 자체다. 이 진솔함이 전반부를 살린다. 미라가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차이의 표정 변화 — 그 아주 짧은 순간의 연기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남았다. 첫사랑이 첫사랑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을 말보다 표정으로 전달하는 장면이었다.
📸 감상 포인트: 스페인·프랑스·스위스의 풍광을 담은 촬영감독 KV 구한의 영상미는 이 영화의 확실한 자산이다. 유럽 감성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면 전반부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겁다.
음악 역시 전반부의 분위기를 탄탄하게 받쳐준다. 미키 J. 마이어가 작곡한 OST는 달달하고 경쾌해서 장면에 녹아드는 방식으로 흐른다. 인도 영화 특유의 화려하고 웅장한 사운드보다는 훨씬 서정적인 색깔이라, 텔루구 영화가 처음인 관객에게도 거부감이 없다. 이 영화의 배경음악을 들으며 '인도 영화도 이런 결이 있구나'를 새로 발견했다.
🎭 유럽 감성 로맨스의 매력 — 바룬 테즈라는 배우를 주목해야 할 이유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주연 배우 바룬 테즈다. NRI(해외 거주 인도인) 청년 역할에 완벽히 녹아든 스타일링과, 위태로운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인도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흔히 가진 과도한 '영웅 캐릭터'의 무게감이 그에게는 없다. 대신 실수도 하고, 어리바리하기도 하고, 좌충우돌하는 진짜 청년에 가깝다. 그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후반부에 인도 농촌 마을로 배경이 전환되면서 영화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넘어간다. 전통 마을의 세계관과 가문의 갈등, 그리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 찬드라무키(라바냐 트리파티 분)의 등장이 이어진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전반부의 경쾌한 유럽 감성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후반부의 급격한 전환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하나의 영화에서 두 가지 인도의 풍경 — 세련된 NRI 문화와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 — 을 동시에 경험하는 흥미로운 구조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찾아본 게 바룬 테즈의 다른 작품 목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한 배우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는 데는 성공했다는 뜻이다. 텔루구 영화 입문작으로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과하지 않은 로맨스와 이국적인 배경의 조합이라는 면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첫 번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최종 감상 및 추천
미스터, 미스터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후반부의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흩어지며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전반부의 유럽 감성 로맨스, 바룬 테즈의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연기, 그리고 KV 구한의 아름다운 촬영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생긴다. 인도 영화에 이런 결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다.
이런 분께 추천한다:
- 텔루구 영화를 처음 접하는 인도 영화 입문자
- 유럽 배경의 밝고 경쾌한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
- 과하지 않은 감정선, 담백한 첫사랑 이야기를 원하는 분
- 바룬 테즈라는 배우가 궁금한 분
- 퇴근 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오락 영화를 찾는 분
영화가 끝나고 한 가지 생각이 남았다. 첫사랑은 왜 늘 어긋나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미라를 향한 차이의 마음이 결국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인도 영화도 한국 영화 못지않게 감정의 아이러니를 잘 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다.